화폐는 왜 미리 쟁여둘까? 예비적 화폐수요의 의미
경제 위기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떻게 작동할까?
경제학에서 화폐는 단순한 돈 그 이상입니다. 사람들은 왜 오늘 당장 쓰지도 않을 돈을 지갑이나 통장에 넣어두는 걸까요? 이처럼 당장 소비나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보유하는 화폐를 경제학에서는 예비적 화폐수요(precautionary demand for money)라고 부릅니다. 이는 화폐금융론에서 아주 기초적이면서도 현실 속 경제활동과 밀접한 개념입니다.
갑자기 차가 고장 나면?
오늘 지갑에 있는 돈이 10만 원입니다. 밥 먹고 영화나 볼까 했는데, 귀가 도중 차가 퍼졌습니다. 견인비 7만 원. 수리비는 내일 견적이 나옵니다. 이런 돌발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모든 돈을 쓰지 않고 일정 부분은 남겨둡니다. 바로 이것이 예비적 화폐수요입니다. 즉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로 화폐를 보유하는 것입니다.
예비적 화폐수요는 부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월급날이 지나고 며칠만 지나도 대부분의 사람은 카드값, 공과금, 대출 이자 등 예정된 지출을 제외하고도 ‘비상용’ 현금을 따로 둡니다. 누가 아플 수도 있고, 갑자기 친구 결혼식 청첩장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의 예비적 수요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경제 전반의 화폐수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예비적 수요와 이자율의 관계
경제학자 케인스는 예비적 화폐수요가 이자율과 부(-)의 관계를 가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 맡겨서 이자를 받는 걸 선호하고, 지갑 속 현금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굳이 금융상품에 넣지 않아도 되니, “그냥 갖고 있는 편이 낫지”라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 결과 예비적 수요는 증가합니다.
마트 계산대에서 만나는 경제학
마트에서 5만 원어치를 결제하려는데 카드가 오류 납니다. 당황한 고객은 결국 현금으로 결제합니다. 이처럼 일상 속 예비적 수요는 불안감에서 비롯되며, 경제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현금을 쟁여둡니다. 팬데믹 시기 현금 수요가 급증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모바일 뱅킹전, 옛날 실물화폐를 보유 때의 경우)
예비적 수요가 커지면 경제는 느려진다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소비도, 투자가도 줄어들고, 경제 전체의 유동성이 축소됩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돈을 더 찍어내기도 합니다. 예비적 수요는 개인의 안정망이지만, 전체 경제 흐름에서는 조절 대상이 됩니다.
예비적 수요와 불확실성은 뗄 수 없다
자연재해, 전쟁, 경기 침체.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화폐를 더 많이 보유하려고 합니다. "뭔가 큰일 날 수도 있어"라는 심리가 강해지면, 현금은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안전 자산’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예비적 화폐수요는 심리학과도 연결된 경제 개념입니다.
정리하며: 예비적 수요는 인간 본능의 반영
결국 예비적 화폐수요는 경제학적 이론이기 전에 사람들이 세상을 불완전하게 인식하는 태도의 결과입니다. 화폐는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안전망으로 기능하며,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겪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화폐금융론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사람들의 불안’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경제경영시리즈 > 화폐금융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편] 돈은 왜 필요할까? 통화수요로 풀어보는 화폐의 진짜 역할 (1) | 2025.05.12 |
---|---|
[16편] 투기적 화폐수요란? 불안한 미래를 읽는 돈의 움직임 (2) | 2025.05.11 |
[14편] 돈은 왜 항상 손에 쥐고 있어야 할까? 거래적 화폐수요 쉽게 이해하기 (1) | 2025.05.10 |
[13편] 돈을 왜 들고 다닐까? 화폐수요로 보는 일상의 경제 (0) | 2025.05.10 |
[12편]디플레이션, 조용히 무너지는 경제: 가격이 떨어지면 왜 위험할까? (2) | 2025.05.09 |